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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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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제도와 치매환자의 권익(제철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7-05
조회 44372
성년후견제도와 치매환자의 권익
 
제철웅 교수(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고령화사회로 접어 들면서 치매도 급속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치매환자 수가 5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제3자는 치매환자를 마치 어린 아이처럼 취급하거나 부담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치매환자는 스스로 자기 권리를 옹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3자, 심지어 가족에 의한 학대나 방임에 노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법은 금치산·한정치산이라는 행위무능력제도를 두고 있지만, 이 제도는 치매환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는커녕 사실상 사회로부터 완전히 배제하는 장치로 악용되기도 하였다. 금치산자로 선고되면 재산거래만이 아니라, 주거결정, 대인관계, 의료치료 등에서도 피후견인의 의사는 무시되고 후견인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곤 한다. 행위무능력자제도는 그만큼 인권침해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결정능력에 장애를 겪는 치매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UN 장애인권리협약이 그것이다. 협약 비준국은 치매환자를 포함해서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모든 이들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끔 법적·제도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2008년 이 협약을 비준하였고, 그 결실로 새로운 성년후견제도가 2013년 7월 1일 시행된다.
 
앞으로는 치매에 걸릴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1명이든 2명이든 누가 후견인이 되면 좋을지 서면에 기재해 두거나 가까운 친지에게 말해 둘 수 있다. 후견인인을 감독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적임자를 이런 방식으로 미리 정해 둘 수 있다. 후견개시심판을 할 때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이런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그 사람을 후견인·후견감독인으로 선임할 것이다. 후견인의 활동 방식에 대해서도 미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해 놓을 수 있다. 후견인은 그런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새 성년후견제도에서는 계약으로 후견인을 선임할 수도 있다. 임의후견계약을 체결하면서 언제 후견을 개시하는 것이 좋을지, 임의후견감독인은 누가 적합할지 미리 표시해 둘 수도 있다. 가정법원은 이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다. 임의후견계약서에는 후견인의 활동내용과 방식을 자세하게 기재할 수 있다. 후견인과 후견감독인은 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서 후견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피후견인의 일상생활, 주거, 의료시술, 재산 관련 사무를 처리해야 할 때, 후견인은 피후견인에게 관련 사무를 쉬운 말로 설명한 후 피후견인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 것에 더 치중할 것이다. 치매환자를 대하는 요양시설의 직원, 병원의 의료진도 피후견인에게 요양서비스, 의료서비스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줄 것이다. 피후견인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될 시점에서만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신해서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피후견인을 대하는 일반인, 요양시설직원, 의료인, 후견인 모두 새로운 성년후견제도의 이런 취지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치매환자나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모든 성인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가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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